[시] 옛날은 남는 것
박인환은 일찍이 시 “세월이 가면”에서 ‘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’이라 노래했던가 전쟁의 참상으로 상처투성이 된 실향민에 폐허와 복구가 공존하며 어수선하던 서울 명동 국립극장 언저리 칸막이 겸 주탁이 되던 상머리에 걸렸던 스웨덴 출신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흑백사진이 분위기 채웠던 은성주점에 짙은 감색 정장에 빨간 타이를 맨 박인환을 보러 모여들던 문청들 달력 뒷장에 시를 썼다는 김수영을 만나는 일은 덤이 되고 때로 주점 안의 모든 주객들에게 원고료 털어 막걸리 주전자 돌리게 한 이봉구의 발을 괴고 앉은 품은 격이 있었지 전쟁의 아픔에도 슬픔 견디며 시절을 타던 낭만과 얼룩진 사랑에 입은 상처 묻지 않는 쎈스가 된 나이되어 내일이 오면 예날이 될 오늘을 가네 *시제는 박인환의 '세월이 가면'에서 차용 김신웅 / 시인시 옛날 막걸리 주전자 스웨덴 출신 서울 명동